요즘 자녀와 대화하다 보면 “그건 에바야”, “개쩐다”, “스불재라서~” 같은 말이 튀어나와 당황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청소년들 사이의 언어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부모님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신조어와 유행어들을 해석하고, 자녀와의 소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팁까지 소개해드립니다.
요즘 청소년이 자주 쓰는 신조어는 뭘까?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닙니다. 그들만의 문화, 유머, 정체성을 담고 있는 ‘코드’이기 때문에 부모 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에바’는 “에바참치”에서 줄여진 말로, 너무 과하거나 이상한 상황에서 쓰이는 말입니다. “스불재”는 “스스로 불러온 재앙”의 줄임말로, 본인이 자초한 일을 뜻하죠. 또 “잼얘”는 재미없는 사람을 줄인 말이며, “현웃”은 “현실 웃음”을 뜻합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신조어는 긴 표현을 짧게 줄이거나, 영어/한자/한글을 조합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그만큼 이해하기 어렵고, 자녀와의 대화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왜 꼭 그렇게 말해야 해?” 싶을 수 있지만, 사실 자녀들에게 신조어는 ‘소속감’과 ‘동질감’을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자녀가 속한 환경과 문화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자녀가 쓰는 신조어를 몰랐다고 당황하거나 혼내기보다는, “그 말 무슨 뜻이야?” 하고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일 수 있습니다.
‘짤’ 하나로 말하는 세대, 유행어는 왜 자주 바뀔까?
신조어와 함께 빠르게 바뀌는 유행어도 부모님들에겐 큰 혼란을 줍니다. “무물보”, “킹받네”, “삼귀자”, “만반잘부” 등, 최근 유행어는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짧은 기간 내에 사라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무물보”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줄임말이고, “삼귀자”는 ‘사귀기 전 단계’를 말하며 요즘 10대들의 연애 문화까지 반영하고 있죠. 유행어는 자녀들의 ‘정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개그맨의 유행어, 인기 유튜버의 멘트, 특정 드라마나 웹툰 대사 등이 유행어로 자리 잡고, 이들이 다시 SNS 밈(meme)으로 활용되며 확산되는 구조입니다. 자녀들은 유행어를 통해 자신들의 감정을 빠르게 표현하고, 친구들과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이 때문에 유행어는 단순히 말의 변화가 아니라 ‘문화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부모 세대가 잘 모르거나 낯설게 느낀다고 해서 “헛소리 하지 말고 제대로 말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요즘 친구들은 그런 말 쓰는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언어는 세대의 거울, 청소년 문화 이해가 먼저
자녀들이 사용하는 신조어와 유행어는 그 자체로 청소년 문화의 일부입니다. 급식체라 불리는 말투는 초등학생~고등학생 사이에서 통용되는 독특한 어휘 체계인데, 이들은 교실, 학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합니다. 예를 들어 “ㅇㅈ?”은 “인정해?”를 의미하고, “ㅈㅅ”은 “죄송”을, “ㄱㅅ”은 “감사”를 뜻하죠. 부모님들은 때때로 이런 언어를 보고 “언어 파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기에는 또래 집단 속에서 자신만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언어도 그 중 하나죠. 자녀의 말을 완전히 바꾸려 하기보다는, 먼저 ‘왜 그런 말을 쓰는지’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자녀와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신조어를 받아들이면, 오히려 자녀는 부모를 ‘이해해주는 어른’으로 느끼게 됩니다. 대화를 피하거나 방어적으로 반응하던 자녀가 조금씩 마음을 열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도 하죠.
신조어와 유행어는 청소년 문화의 일부분이며, 자녀의 정체성과 소통 방식이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어렵고 낯설다고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그 언어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 자녀가 무심코 던진 신조어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여 보세요. 소통의 문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